서울시 세부 계획 살펴보니
한강변 잇는 보행로 5곳 조성 구역별 2곳 이상 광장·녹지, 서울숲까지 1㎞보행교 건설…올림픽路 일부 지하화 검토
1대1로 재건축하게 되면 소형·임대주택 안지어도 돼… 한강공원 확장 개념으로
서울 재건축시장의 최대 관심 지역 중 하나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1만여가구에 대한 재건축 밑그림이 나왔다. 전체 부지면적의 25%를 공공용지로 제공(기부채납)할 경우 최고 50층 높이의 초고층으로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주민들이 원하면 기존 주택면적이 거의 늘어나지 않는 '1대1 재건축'을 적용해 소형·임대주택을 짓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압구정동 재건축은 기부채납과 소형주택의무화 비율 문제로 사업추진이 지연됐지만 이번 개선안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압구정동 전략정비구역 개발계획'안을 마련해 최근 압구정동 아파트 주민대표단과 협의를 거쳤다고 18일 밝혔다. 시는 이 안을 토대로 다음 달 초 지구단위계획을 확정, 발표하고 주민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연말까지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지구단위계획을 고시할 계획"이라며 "이르면 내년부터 재건축 사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압구정동 전략정비구역은 서울시가 아파트로 둘러싸인 한강변 일대를 아름다운 스카이라인과 공원, 문화공간이 공존하는 친환경주거지로 만들기 위해 2009년부터 추진한 '한강 공공성 회복' 프로젝트의 하나다.
◆'친환경 입체복합도시'로 건설
압구정동 구역은 부지면적이 144만1267㎡(약 43만6740평)에 달한다. 1976년 개발이 시작된 이후 1980년대 초까지 아파트 24개 단지, 1만335가구가 순차적으로 들어섰다. 공시가격이 3.3㎡(1평)당 3000만원이 넘는 노른자위 지역이지만 대부분 지은 지 30년이 지나 주차장과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낡아 2006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됐다. 한양7차 등 일부 단지는 조합설립인가까지 받았지만 난개발이 우려되자 서울시가 통합 개발에 나서게 됐다.
- ▲ 서울시가 지난 3월 압구정동 주민대표 4명에게 선보인 개발 조감도(예시안). 서울시는 이 일대에 용적률 321.7~348%를 적용해 최고 50층, 평균 40층의 고층아 파트로 재건축하고, 녹지·문화시설·보행도로 등을 조성해 서울 시민이 모두 찾을 수 있는 수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시에 따르면 압구정동 전략정비구역은 초고층 아파트와 녹지공간, 문화시설이 공존하는 '그린 빌리지'로 개발된다. 현재 평균 용적률 198%, 평균 15층인 아파트는 평균 용적률 336%를 적용받아 최고 50층, 평균 40층의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된다.
개발은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1구역은 현대백화점 뒤쪽의 현대11·12차 등 5개 단지, 2구역은 현대1~7차 등 10개 단지, 3구역은 한양1~8차 등 9개 단지가 포함된다. 다만 신사중, 현대고 등 8곳의 기존 학교와 현대·갤러리아 백화점은 보존된다.
서울시는 용적률을 300% 이상으로 올려주는 대신 전체 부지면적 중 25%를 기부채납하도록 할 계획이다. 새로 짓는 아파트는 한강까지 연결되는 보행 녹지축 5곳과 갤러리아백화점에서 한강을 가로질러 뚝섬 서울숲을 잇는 길이 1㎞의 보행교를 건설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1구역 뒤쪽 올림픽대로는 일부 지하화한다. 개발계획안을 만든 희림건축종합사무소 관계자는 "구역별로 1곳 이상의 공공문화시설과 패션·카페 등 테마거리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형·임대주택 의무 건설 면제
이번 계획안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소형·임대주택 건립 의무가 면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재건축시 가구 수의 20% 이상을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으로 짓는 것을 포함해 60% 이상을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5㎡ 이하로 지어야 한다. 압구정동 아파트는 중대형이 대부분이어서 소형을 60% 이상 지으면 종전보다 작은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재건축에 반대했던 주민이 많았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종전 주택의 면적 증가 없는 ‘1대1 재건축’을 추진하면 소형 의무 비율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가구 수는 1만335가구에서 1만2000여가구로 약간 늘어난다.
서울시 개발안에 대해 주민들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이학기 강남구의원은 “이번 개발안에 대해 주민 60% 이상이 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주민 이혜정(29)씨는 “한강공원과 연결되고 노후 시설이 새로 지어지면 환경이 쾌적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동산114 임병철 팀장은 “한강 조망권, 학군, 시내와의 접근성 등을 따져봤을 때 개발되면 평당 5000만원을 호가하는 삼성동 아이파크의 가격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돼도 조합설립과 시공사 선정 등 절차를 감안하면 실제 착공까지는 3~4년쯤 걸릴 전망이다. 문제는 기부채납비율이 여전히 높고, 재건축에 따른 실익이 없다고 반대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압구정동에만 소형 의무비율을 면제시킬 경우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개발안을 토대로 지역 주민은 물론 모든 서울시민이 인정하고 한강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정비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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